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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

8. 마야, 애쉬가 떠난 뒤에

네, 다시 소설로 돌아왔습니다. ~~

이번 화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다른 곳으로 이전시켜볼까 해요.

애쉬가 많이 그리워하는 옛 절친, 마야는 어떤 아이일까요? 애쉬라는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위의 사람들을 설명하는 것도 이야기의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8. 마야, 애쉬가 떠난 뒤에

 

믿을 수가 없다.

방금 와서 언제 헤어졌냐는 듯이 수다를 떨다가 바람처럼 휙 가버렸다.

평소에 그렇게도 꼼꼼하던 애가 캐리어까지 두고 갔다.

물론, 내가 알고 있던 그 애의 성격이 지금의 성격과 일치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지난 몇년 동안 나는 시험과 성적 외의 모든 것과 담을 쌓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있었지만, 애쉬와의 몇 분 동안은 잠시나마 그 담장 너머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나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걸리는게 하나 있다. 

나를 보고 다시 가야 한다고 말했을 때, 애쉬의 눈은 겁먹은 듯했다..

내가 잔소리를 듣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엇 때문에 날 다시 두고 가버린 걸까.

 

, 아무리 고민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엄마에게 복수하는 것이었다..

애쉬 앞에서는 더 있다 가라는 둥 정말 상냥하게 말해 놓고선 나에겐 빨리 보내라고 소리까지 질렀다. 애쉬가 못 들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로 크게 질렀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또다시 복종할 뻔했다.

 

애쉬와 나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절친이었다.

모든 걸 같이했다. 그게 숙제가 됐건, 방과 후가 됐건, 우리는 항상 함께했다. 심지어 유치원 때는 한 식판에 밥을 받아서 같이 먹으려 한 적도 있다. 이것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지만

나는 애쉬가 있기 때문에, 애쉬는 애가 있기 때문에 서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애쉬가 모델링을 시작하자, 우리 둘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등 하교를 같이하지 않는 걸로 시작했고, 곧 서로의 집으로 놀러 가지도 않게 되었다. 나중에는 서로 본체 만 체를 할 정도로 멀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나와 애쉬는 무너진 우리의 우정을 회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나와 애쉬가 노력하지 않은 잘못도 있지만 엄마의 잘못이 가장 크다. 애쉬랑 멀어진 지 한두 달쯤 지나자 엄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제부터는 애쉬랑 놀지마."

 

엄마가 원래 이야기하는 것처럼 살짝 돌려서 이야기하지도 않고 아주 직설적으로, 아무 이유도 없이 놀지 말라고 했다. 내가 반박을 하자, 엄마는 "개는 네가 필요하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부인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보면 사실이기도 했다. 나는 애쉬가 원하는 거면 별로 내키지 않더라도 항상 해줬다. 걔가 나를 억지로 끌고 다닌 건 아니지만 난 종이배처럼 애쉬가 가자는 방향으로 조용히 흘러갔다. 그래서 그런지 크게 싸운 적이 없다.

애쉬가 모델링을 시작하자 걔는 나처럼 소심한 애 말고도 많은 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묻혀버렸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그냥 내가 애쉬를 너무 그리워하는 걸 수도 있다. 세상과는 관계를 끊어버려 현실 직시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 

애쉬는 날 버리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든 건 엄마였다.

 

모든 것이 엄마의 잘못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지금까지 걔가 날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했고, 공부에만 매진하게끔 했다. 덕분에 전교 10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좋은 성적이 나의 외로움을 대신해줄 수는 없었다.

지난 66년 동안 난 혼자였다. 친구도 없었고, 엄마는 그 어떤 위로도 해주지 않았다.

공부도 지긋지긋했다. 엄마는 100점이 아니면 다 실패한 거라고 했다. 그놈의 실패자 소리를 듣기 싫어서 난 죽도록 공부했고, 드디어 작년에 전교 1등을 할 수가 있었다. 물론 같이 행복해해 줄 사람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전국 경시대회 같은 데를 나가라고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고 싶지 않다고 수천 번은 이야기했는데도 말이다.

엄마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았다. 엄마가 엄마 같지가 않았다. 돌처럼 차갑고 냉정했다.

 

그런데 이런 엄마의 욕심이 나의 친구관계까지 좌우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엄마가 매주 다니는 자녀교육에서 도대체 뭘 가르치길래 엄마가 나의 모든 선택을 대신해주게 된 걸까. 왜 나를 사람이 아닌 기계 취급을 하는 걸까. 어떻게든 복수를 해야만 했다. 어떻게, 어떻게 하면 엄마한테 잊을 수 없는 복수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마침내 아주 좋은 생각이 났다.

가장 먼저 클라우드 스페이스에 있는 모든 학업적인 기록을 삭제해버렸다. 에어스크린에 저장된 것도 모두 지웠다. 엄마 몰래 배운 코딩 실력으로 백업 파일 등도 모두 처리했다.

남은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노트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가 예전에 경매로 구입했던, 옛날에 사람들이 담배라는 것을 피던 시절에 쓰던, 불을 붙이는 용도로 길쭉하게 생긴 걸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름이 뭐였을까.

생각났다.

라.

이.

터.

뭔가 멋있어 보이는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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