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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

7: 다이어리를 본 후

네, 전편에서 애쉬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아냈죠... 이제 애쉬는 어떤 조치를 취할까요? 아직은 정보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어찌 됐든 이번 편에서는 애쉬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좀 해볼까 합니다. 😉 재미있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7: 다이어리를 본 후

 

맙소사! 나는 다이어리를 덮었다. 이 다이어리는 자녀교육용 다이어리가 아니었다.

최대한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엄마의 개인적인 다이어리였다. 엄마의 몇 장 되지 않는 일기는 나의 의문들을 풀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만들어 냈다.

유리디아와 트리니티가 무엇인지, 자녀교육에서 뭘 가르치는지, 어째서 진의 엄마들이 조종을 당하고 있는 건지. 겁이 나기도 했지만 나는 이 모든 것 들을 알아내야만 했다. 알지 못하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그 파일을 찾아야 했다.

 

어떻게 찾아야 하지’?,

진에서 엄마가 하는 일을 알아내면 어떡하지?

배정받았다는 건……. 아닐……. 거야

 

여러가지의 무서운 생각들이 머리를 혼잡하게 만들었다. 두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엄마와의 일이 좀 풀린 후에 다시 생각해봐야 하나…….

역시 그랬다. 일단은 정상적인 척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척을 해야 했다. 나는 엄마의 다이어리는 처음 있었던 상태와 똑같이 돌려놓고, 엄마의 방으로 돌아가서 바닥에 널려있는 물건들을 흔적 없이 싹 치웠다. 어쩌다보니 나도 아날로그 인생에 익숙해져 있었나 보다.

방으로 가서 에어 스크린을 켰다. 마야에게서 메시지가 여럿 와 있었다.

 

- 너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캐리어도 두고 가고 말이야.

- , 대답 좀 해봐. 네 캐리어 어쩔 건데…… 가지러 올래?

- 애쉬, 왜 대답을 안 해? 무슨 일 있어???

- 애쉬!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교복이 든 내 캐리어를 어쩐담. 일단 답장부터 보냈다.

 

- , 아무것도 아니야. 갑자기 뭐가 생각나서. 캐리어는 내일 학교 가면서 찾으러 갈게. 오늘 진짜 고마웠어~^^

 

기다리고 있었는지 마야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

 

- 에이 뭐야. 괜히 걱정했잖아. , 너 TCW TCW에 올라온 신글 봤어?

- 아니, 잠깐만.

 

인터넷에 접속하자마자 TCW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는 음성 메시지가 나왔다. '실행'을 선택하자 곧바로 눈 앞에 커다란 글씨로 제목이 떴다.

 

[잔소리 듣기 싫어] - 아이샤의 자살사건

 

훅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아이샤는 우리 학교 아이다.

같은 반도 아니고 아직 학기 초여서 말을 건 적은 없지만 꽤 괜찮은 아이인 걸로 기억을 한다. 항상 복도에서 친구들로 둘러싸여 조잘대며 수다를 떨던 애다. 그런데 자살을 했다니.

손짓으로 스크롤을 해가며 댓글을 읽었다. ‘R.I.P 아이샤’ 아이샤’와 같이 아이샤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이들의 댓글과 누가 잔소리 때문에 자살까지 하냐’는’ 비판적인 댓글이 마구잡이로 섞여있었다. 다시 기사로 눈을 돌렸다.

 

▶ 이비스 스쿨의 한 학생이던 아이샤는 어제 오후 5시경에 근처 공원에서 자살을 한 체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손에 밀리폰 2.0 모델 101을 쥐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엄마에게 보낸 문자가 있었습니다.

    - 다 엄마 때문이야. - 

      아이샤는 평소에……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았다. 다시 마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방금 읽었어.

-너무 충격적인 것 같아. 아이샤 부모님은 어떡해 ㅠㅠ

-그러게……

- 그런데 어떻게 잔소리 때문에 자살을 하지?

- 잔소리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가정문제를 제외하고 말이야.

- 아무튼, 진짜 너무 충격이다. 난 아이샤 아는 사이였는데. , 별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 아 진짜?

 

대화는 이런 식으로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마야와 이렇게 잡담하게 되는 일은 우리가 멀어진 이후로 처음이었다. 잔소리가 다시 한번 언급되자, 순간적으로 마야에게 모든 일을 털어놓고 싶었다. 금빛 눈, 엄마의 다이어리, 토씨 하나 틀지 않았던 말.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직 마야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우리는, 예전의 절친이 아닌, 그냥 친구다. 아니, 아직 친구라고 하기도 조금   이르다.

 

다시 관계를 회복하면 되지.’

뇌가 속삭였다.

 

아니야. 이젠 너무 늦었어.’

받아치면서도 가슴의 한 구석이 저려왔다. 나는 마야가 그리웠다. 내가 언제부터 마야를 이렇게 멀리하게 되었을까?

다시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 이번엔 마야가 아니라 잰더였다.

 

-애쉬, 안녕?

메시지 주고받은 지 좀 오래됐네??

이번 주말에 레오하고 브리짓이랑 만나서 숙제하기로 한 거, 기억하지?

 

잰더는 내가 1년 전부터 짝사랑하던 애다. 마음이 따뜻하고, 항상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잰더가 난 정말 정말 좋았다. 게다가 잘생기기까지도 했다. , 잘생기기보단 더 귀여운 편인 것 같다. 금발머리에 녹을 듯 말듯해 보이는, 초콜릿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항상 장난기가 넘치는 눈이다. 나는 웃으면서 답장을 해주었다.

 

-당연히 안 잊어버렸지. 내가 그런 걸 잊어버릴 애는 아니잖니? ㅎㅎ

-, 그건 그렇지 뭐, 넌 워낙 꼼꼼하니깐.

-^^;;

-, 너 숙제 끝나고 같이 영화 보러 갈래?

 

숨이 멎었다.

설마.

조심스럽게, 내가 이 사실을 알고 너무 기뻐한다는 게 티 나지 않게, 메시지를 보냈다.

 

-둘이서? 아님 누구랑 같이?

-아아, 내 친구 잭슨이 마침 영화 티켓이 4개를 구해서, 원하는 애 한 명을 데려오라고 했어. 숙제도 같이하게 된 겸, 너랑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잰더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재빨리 답장했다.

 

-당연히 저는 YES ~~~ ;)

-오케이! 그럼 이번 주말, 숙제 끝나고 바로다! 잊어버리지마~^^

-난 그런 거 안 잊어버린 가니깐?!

-, 내 실수!

-ㅎㅎㅎ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가벼운 손짓으로 에어스크린을 끄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두 눈을 감고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잰더랑 영화를 보러 간다!난 이번 주말에 잰더랑 영화를 보러 간다! 난 이번 주말에 잰더랑 같이 영화를 보러 간다!!!’

 

옆에 있는 곰 인형을 끌어안고 속삭였다.

 

, 이번 주말에 좋아하는 애랑 영화 보러 간다. 좋겠지?"

 

삐빅. 홍채 인식이 완료되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인공지능 목소리가 나를 공상에서 흔들어 깨웠다.

엄마가 돌아온 것이다!

인형을 제자리에 놓고, 재빨리 옷장에 숨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마땅한 사진이 없어 그냥 폰 사진 넣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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