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쓰기

2. 애쉬, 20년 전으로.

   글을 안 쓴 지 며칠 됐다. - -;;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토요일, 일요일 오전에 새로운 수업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프랑스어 수업이고, 다른 하나는 토론 수업이다. 숙제는 늘어나고, 책도 읽어야 되고... 게다가 내일모레, 즉 일요일에는 국기원 심사가 있다. 현재 태권도 1품이다. 그런데 만 15세가 된 관계로 이번에는 품이 아니라 2단으로 심사를 보게 된다. 심사 기준이 훤씬 까다로운지라 열심히 수련 중. 혹시나 하나라도 틀리면.. ㅎㄷㄷ

   아무튼 애쉬의 다음 편으로 ㄱㄱ. 지금 다시 읽어보니까 좀 극단적이긴 하다.

 

2: 애쉬, 20년 전

 

이름: 애슐리 버사 클림트

생년월일: 2983 1 4

: 167

몸무게: 47

‘아니야. 내가 47kg 라니.’ 입력한 몸무게가 너무 거짓말 같아서 숫자 7을 지우고 그 대신에 숫자 9를 입력했다. 내 실제 몸무게는 50이지만 십의 자리가 올라가는 것이 싫었다.

 

‘내가 이 사이트에 가입하는데 왜 굳이 몸무게와 같은 사적인 정보까지 입력을 해야 하지

 

  순간적으로 확 짜증이 났다. 그래도 이건 정상적인 진의 청소년이면 당연히 가입해야 하는 곳이다.

  ‘틴즈 크레이지 월드’ / 'T-CO'라는 이 사이트는 실시간으로 청소년들이 관심 있을만한 신상 정보들을 올려준다. 누가 누구랑 사귀거나 헤어졌는지, 누가 어젯밤에 어디서 누구와 함께 파티를 열었고 또 언제 열 것인지, ** 선생님의 모든 비밀, 요즘 유행하는 옷이나 문구 등 정말 다양한 정보가 나와있다. 여기에 있는 것들이 모두 안전하고 건전한 정보들은 아니지만 말이다. 은근히 쓸데없는 이야기나 누군가를 디스 하는 글도 가끔 나온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비스 약관에 모두 동의를 하고, 가입하기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는 ‘안녕하세요, 애쉬님애쉬 님. TCW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가입한 김에 사이를 전체적으로 한 번 둘러보았다. 오늘은 특별히 핫한 이슈가 없는 듯했다. 딱히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로그아웃을 하고, 천년 전 영화 '아이언맨'에서 처럼 손바닥을 위아래로 포개며 에어 스크린을 껐다.

 

  그리고 화장실로 직행을 했다. 물론 화장품이 들어있는 나의 명품 AVA 가방을 들고 가는 것 도 잊지 않았다.

--------------------------------------------------------------------------------

  내 이름은 애쉬고, 15살이다. 진의 12개의 사립학교 중 가장 좋은 IBIS에 다니고 있다. 얼굴은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지만 머리카락만큼은 자랑할만하다.고운 적갈색인 데다가 곱슬이라서 어깨 위를 파도처럼 흘러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염색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내 머리카락은 이랬다. 아무튼, 나는 살면서 머리 색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드론의 렌즈에 포착되었고, 그다음 날부터 모델링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이는 7. 비록 어리지만 예쁜 옷은 물론 마스카라, 립스틱, 하이힐까지 어른들이 하는 걸 어린 나이에서부터 접해왔었고, 그래서 그런지 화장을 하지 않으면 아무 데도 못 나간다. 화장한 내 얼굴을 하도 많이 봐서 생 얼은 너무나도 못생겨 보인다. 물론 지금은 학업에 신경을 쓰느라 사장님의 반협박을 무릅쓰고 모델링을 관두었지만 말이다

 

  오늘의 잔소리도 화장 때문이었다. 사실은 일주일 내내 잔소리의 화제가 화장이었다. 전에는 화장을 아주 진하게 해도 아무 말도 안 하던 엄마가 갑자기 왜 그러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나는 엄마의 이유 없는 잔소리를 그냥 받아들였다. 잔소리를 듣는 것은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는 것처럼 당연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잔소리는 그냥 일상생활의 일부였다. 태어날 때부터 잔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자란 것 같다. 심지어 2살 때의 잔소리도 기억이 난다. 원래 인간은 5살 이전의 기억은 잘 안 난다고 하는데 그 일의 임팩트가 커서 그런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을 한다:

 

  나의 생일이었고, 곧 촛불을 불 시간이 되었다. 너무 설레고 급한 나머지 팔로 케이크를 탁 치고 말았다. 무슨 케이크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케이크는 완전히 뭉그러졌고 접시는 산산조각이 났고, 엄마는 폭발하셨다. 그 내용은 가물가물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생일파티가 선물 없이 끝났다는 것이다'.

 

  내가 잠시 과거 속에 갇혀있는 동안 엄마는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었다. 엄마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제는 모델링 안 하는데 왜 또 화장질이야? 애슐리, 내가 어른 돼서 하라고 했잖아!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니? 당장 지워!"

 

평소에는 잠 잔코 있는 편이지만, 오늘은 나도 모르게 폭발했다.

 

"내가 화장을 하든 말든 엄마가 뭔 상관이야? 내가 1시간이 걸려, 2시간이 걸려? 15분이면 되잖아! 내가 피부관리를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진짜 왜 그러는 거야?"

 

내가 소리를 지르자 엄마도 덩달아서 언성을 높였다.

 

"어머, 이게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너 이제부터 화장 금지야. 이리 내! 으휴, 내가 너 때문에 못 살겠다 못살아. "

 

이 말과 함께 엄마는 보물과 같은 내 화장품 가방을 낚아 채셨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화장 금지라니. 어이가 없었다.

 

"에이 씨, 왜 알지도 못하면서 맨날 나한테 잔소리야! 나 때문에 못살아? 그럼 내가 없으면 되겠네!"

 

방으로 뛰어가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디서 엄마한테 건방지게 구느냐는 소리가 저 멀리에서 어렴풋이 들렸다.

교복, 티셔츠, 후드티, 간식...... 모두 플로팅 백 안으로 쏟아부었다.

방으로 들어오는 엄마를 힘차게 밀치면서 나는 현관을 나갔다.

 

'소설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애쉬, 엄마의 다이어리  (2) 2020.11.05
4: 애쉬, 마야네 집  (9) 2020.10.13
3. 애쉬, 가출  (5) 2020.10.09
소설 업데이트 - 1. 애쉬, 3024년  (1) 2020.09.12
소설... 다시 시작해볼까?  (3) 202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