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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널 사랑하진 않지만 반드시 지켜줄게'

  어제와 오늘에 걸쳐서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이라는 역사 소설을 읽었다. 사실 원해서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아빠가 일단 이거 읽으면 내가 익기 원하는 다른 책을 사주신다고 해서 반 억지로 책을 폈다.

  읽어야 하는 분량은 353쪽. 짧지는 않았다. 일기 시작할 때는 카트린느 메디치와 그의 딸에 대한 그저 지겨운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작가가 알렉산드르 뒤마(Alexandre Dumas)Dumas)렌다. 혹시 아직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바로 '삼촐사'를 쓴 프랑스 소설가다. 책도 읽었고, 2011년 개봉한 영화도 봤다(완전 꿀잼이다- 1993년에 나온 건 아직^^;;)

  '그냥 무명작가나 학자가 아니라 삼총사 쓴 사람이 썼으니까 읽을만하지 않을까?'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채로 읽기 시작했다.  

 

  "루브르궁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프랑스의 왕태후 카테린 드 메디치는 사를르, 앙주, 알랑송의 세 아들과 딸인 마그리트(마르고)가 있다. 마르고는 개신교의 수장인 나바르왕, 앙리와 혼인을 하게 된다. 물론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카테린은 작은 왕국인 나바르를 자신의 영향권 아래에 둘 수 있었고, 마르고는 한 나라의 왕비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식을 치른 바로 그날 밤, 개신교도들의 대학살이 이루어진다. 카테린이 프랑스의 왕이자 아들인 사를르을 압박한 것이다. 당연히 개신교의 수장인 앙리도 체포되고, 마르고는 떨게 된다. 만약 앙리가 개종하지 않고 죽게 된다면 그녀는 미망인으로써 왕국도 잃게 되고, 수녀원에서 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앙리가 이미 카테린 쪽 여자인 샤를로트와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의 가장 가까운 동지이자 지지자가 되기로 결정한다. 물론 그녀도 사랑하는 라몰 백작이 있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카테린이 절대로 앙리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를 제거하려고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앙리, 마그리트, 카테린, 사를 르와 알랑송 등의 왕족과 그들의 애인 샤를로트와 라몰, 라몰의 친구인 코코나, 카트린의 주술사 르네... 이들 사이에서 치밀한 계획과 계산, 우정과 배신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과연 누가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될까...

 

  10분도 안 지나서 완전히 빠졌다. 등장인물들 사의의 관계는 이 사람, 저 사람과 엮여있는 등 의외로 복잡했고, 인물별로 생김새, 성향 등까지 정말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그려질 정도였다. 심지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도 모두 저마다의 특징과 개성이 살아있었다.

 

  제목은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이지만, 그녀의 남편, 따로 있는 애인과 그 애인의 친구, 왕태후와 그녀가 거느리는 신하들도 모두 이야기에 매우 중요한 몫을 감당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뒤마는 여러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었지만, 전혀 이해하기 어렵거나 지저분하지 않았다. 나도 언젠가는 이 정도로 심도 있고, 디테일하고, 독자를 빨아들이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카테린느 메디치의 딸'. 정말 정말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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