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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글짓기

'기다려봐. 헬을 보여줄거야' - 오늘도 글쓰기 ㅋ

오늘 동생이랑 크게 싸웠다. 자세한 내막은 비밀이지만 타인에게 내가 특별히 관리하는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점. 진짜 화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몰랐단다... 거짓말인 건 이미 알고 있죠. 그래서 '멍멍이 ㅈㄹ' 하지 말라고 했더니 그걸 누가 들어서 나까지 정말 혼났다. 솔직히 혼자 혼나는 것보다 더 억울한 게 같이 혼나는 것인 것 같다. ㅠㅠ

그건 그런데, 이와중에서 이런 상황이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에게 일어났다면,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판타지 소설 속이라면 주인공은 무슨 행동을 할까.

솔직히 내가 봐도 거의 드라마 대본만큼 과장된 부분이 많지만 쓸 때는 나름 재밌었다. 😂

 

 

 '더 이상은 못 견디겠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더 이상은 참지 않을 거야.'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너는 한 번도 나를 사람 취급한 적 없어.

네 기분 좋을 때는 상냥하게 대하면서 날 이용했고,

기분 나쁠 때는.. 난 너의 쓰레기 통이였어 .

너의 모든 죄를 나에게 뒤집어 씌웠어.

나를 구속하고, 통제했어.

조금이라도 너의 틀에서 벗어나면 너는 곧바로 채찍질을 했지."

 

그의 눈에는 여전히 비웃음이 가득했다.

어둠 그 자체.

등골이 오싹해지는, 차가운 어둠.

가다리고 있다가 집어 삼키는 어둠.

 

"여태까지 내가 네 앞에서 맹하고, 순한 것처럼 행동했다면, 모두 다 거짓임을 보여줄게.

보통 영화에서 그러잖아. 남의 얘기 들어주고, 언제나 다 받아주고, 나사 하나쯤은 빠져 보이는 애들이,

사실은 다 계획이 있는 악역이지?"

 

머릿속 어디선가는 제발 그만하라고, 그냥 참으라고, 넘어가라고 사정했지만, 나는 입을 열어버렸다. 다시 돌이키기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다.

남은 건,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하나 뿐이다.

 

"착한 사람이 화날 때가 제일 무섭다는 말 못 들어봤니?

지금 네 앞에 서 있는 그 이용하기 쉬운, 네가 그렇게 무시하던 착한 인간, 화났어.

각오해.

계산적이고, 영악하고, 끔찍한 악역이 되어줄게.

네가 여태까지 저지른 일들이 사실은 불장난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 증명해 줄게.

네 이야기 속의 반전 캐릭터가 되어줄게.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더 이상 참지 않을거야.

더 이상 짓밟히지 않을 거야.

각오해."

 

꽉 쥐고 있던 두 주먹을 폈다. 손 끝에는 작은 불꽃들이 춤추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의 입가에도 웃음이 돌았다.

 

"지금부터 헬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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